[르포]옥수수 섞은 휘발유는 어떻게 미국에 안착했나

[르포]옥수수 섞은 휘발유는 어떻게 미국에 안착했나

M 최고관리자 0 1

<i>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며 미국은 해외로부터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을 고민했다.
석유 소비량이 가장 많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은 효율이 높은 엔진을 만들거나 대체연료를 쓰는 법을 연구했다.


<i>20세기 후반 들어선 기후 위기가 문제가 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든 줄여야 했다.
미국에서 에탄올이 주목받은 건 이런 시대흐름과 관련이 깊다.
여기에 자연환경이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 경작에 유리한 점, 정부에서도 세제 혜택 등 각종 유인책을 내놓은 점 등이 맞물려 견실한 산업분야로 성장했다.


<i>최근 미국곡물협회 초청으로 미국 네브래스카 일대 옥수수 농장과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 생산시설, 휘발유·에탄올 혼합연료를 쓰는 주유소 체인점을 다녀왔다.
바이오에탄올을 중심으로 한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의 가치사슬을 어떻게 갖췄는지, 우리나라도 에탄올 혼합연료를 도입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살펴봤다.


newhub_2024091109473425805_1726015655.jpg
정밀농업으로 옥수수 생산성↑

미국 네브래스카주 주도인 링컨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 가면 마이크 디번씨가 운영하는 옥수수 농장이 나온다.
옥수수 재배면적만 2400에이커, 대두까지 포함해 3200에이커(1295만㎡, 약 392만평)로 여의도 4.5배 크기다.
평지에선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방대한 농장을 운영하는 인력은 디번씨를 포함해 4명.


파종을 비롯해 다 자란 옥수수를 수확하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된 설비로 작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와 각종 자동화 장비를 활용한 이른바 정밀농업 덕에 생산성이 올라갔다.
빼곡한 옥수수 줄기는 서로 3인치씩, 이랑마다는 10인치씩 모두 똑같은 간격을 유지한 채 떨어져 있다.
일정한 면적 단위로 파종해야 고르게 자라기 때문에 정확하게 심는 게 중요하다.


newhub_2024091110285426058_1726018134.jpg

디번은 "일정 시간에 맞춰 물을 주는 스프링클러 등 자동화 장비를 도입한 게 20여년 전으로 이전까지 50% 수준만 수확했는데 반해 설치 후에는 85~90% 정도로 효율을 높였다"라고 말했다.


다른 농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내 옥수수 생산량은 과거에 견줘 크게 늘었다.
현재 미국 내 옥수수 재배면적은 8000만 에이커로 1980년대 이후 큰 차이가 없으나 옥수수 생산량은 당시보다 2배 이상 많은 150억 부셸(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로 1부셸은 약 35ℓ)수준으로 늘었다.
정밀농업이 각 농장에 번지고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한 영향이다.


"탄소 모아서 활용·저장" 배출량↓

농장에서 수확한 옥수수는 인근 5㎞ 정도 떨어진 에탄올 공장으로 넘어간다.
지난 5일(현지시간) 들른 ‘그린플레인스 우드리버’ 유한회사(LLC)는 연간 1억1800만갤런 생산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이다.
커다란 트럭이 인근 농장에서 옥수수를 실어 나르면 간단한 본보기 시험을 거쳐 저장소에 보관하거나 곧바로 에탄올 제조공정으로 보낸다.


newhub_2024091110265926053_1726018019.jpg

가루로 만들어 발효시킨 후 건조·탈수 과정을 거치면 점차 순도가 높은 에탄올로 바뀐다.
몇 단계 공정을 거쳐 순도 95% 알코올이 나오면 다시 수분을 제거해 99.9% 에탄올로 만든다.
이후 출하 직전에 변성제를 소량 추가해 먹는 용도와 그렇지 않은 걸로 구분한다.


네브래스카에는 이 공장을 포함해 24개 에탄올 공장이 평야를 중심으로 옥수수 농장과 인접해 곳곳에 있다.
주 전체에서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쓰는 옥수수는 연간 33만5000t, 여기에서 바이오에탄올 23억갤런을 만들어 낸다.
에탄올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주정박은 동물 사료를 만들 때 쓴다.
이 주에서 에탄올과 주정박을 생산해 얻는 경제효과는 연간 45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newhub_2024091110315026072_1726018310.jpg

에탄올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에탄올을 휘발유에 혼합해 쓰는 것만으로 탄소 저감 효과가 있으나 공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활용·저장하는 것만으로도 감축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인접한 주와 연결된 기존 탄소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방안도 후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공장 관계자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방식으로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감축할 수 있다"며 "아이오와·미네소타 등 인접한 주와 탄소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중서부 지역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ewhub_2024091110353826079_1726018539.jpg
에탄올 섞을수록 더 찾는 이유는

이렇게 만든 에탄올은 휘발유와 블렌딩(혼합) 과정을 거쳐 주유소 등 최종 소비자 접점 단계 유통시설로 보낸다.
규모가 큰 주유소 체인에서는 에탄올 원액을 사들여 직접 블렌딩해 팔기도 한다.
이날 찾은 보셀만 엔터프라이즈는 네브래스카에서 오래된 주유소 운영기업으로 에탄올을 공급받아 직접 블렌딩해서 판매한다.


주유소에는 98% 에탄올 저장탱크와 에탄올 10%를 섞은 휘발유(E10)가 담긴 저장탱크 두 가지가 있다.
미국은 에탄올 10% 혼합을 의무화해 기본 연료를 E10으로 쓴다.
여기에 에탄올 비중을 15% 높인 E15와 30%인 E30, 50%~85%인 E85까지 소비자가 고를 수 있다.
일반 차량은 E10과 E15를 쓸 수 있고, E30 이상은 따로 전용으로 개발된 플렉스 퓨얼 차량부터 쓸 수 있다.


newhub_2024091110384426096_1726018724.jpg

에탄올 비중이 높을수록 싸다.
에탄올이 아예 없는 순수 휘발유가 갤런당 3.649달러, E10은 3.089달러로 18% 정도 차이가 난다.
E15가 갤런당 3.039달러, E85는 2.489달러다.
에탄올 비중에 따라 최대 47% 정도 차이가 난다.
실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E15, 그다음이 E10이라고 한다.
에탄올을 혼합해도 운전자가 실제 느끼는 성능 차이가 없고 옥탄가가 더 높아 노킹현상을 제어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한다.
통상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첨가제를 넣는데 이 경우 통상 일반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만 에탄올 혼합유는 반대로 더 싸다.


찰리 보셀만 보셀만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에탄올 판매량에 따라 정부 인센티브가 있고 주유소 사업자가 혼합 펌프를 설치하면 일정 부분 혜택이 있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 가능하다"며 "충전사업도 같이하고 있으나 전기차 보급이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다양한 수단을 갖춰 고객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newhub_2024091110410026102_1726018861.jpg

링컨·우드리버=최대열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0 Comments

실시간 전세계에서 몰리는 경기 순위

Ch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