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의약품이 퇴행성 뇌 질환까지 치료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GLP-1이라는 초거대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시점에서 비만만큼 큰 확장성을 가진 게 퇴행성 뇌 질환이다. 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4년 창업한 디앤디파마텍은 GLP-1 기반의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NLY01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같은 계열의 비만,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등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우리 회사가 비만으로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 시발점은 뇌 질환 치료제였다"며 "임상을 통해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NLY01은 뇌 속에서 생겨나는 찌꺼기를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를 통해서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한다. 이 대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나쁜 단백질이 미세아교세포가 청소부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독성물질을 분비하도록 하면 뇌세포를 죽일 수 있다"며 "NLY01은 미세아교세포가 나쁜 쪽으로 활성화하는 걸 선택적으로 막는 기전"이라고 설명했다. NLY01은 동물실험에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물질을 줄이고, 증상을 치료하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NLY01은 실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2상 시험에서 환자의 운동성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이 대표는 "큰 실망을 했다"면서도 "60세 미만 환자군에서는 상당한 운동기능 향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퇴행성 뇌 질환은 고령층이 걸리는 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임상 참여자 중 37%가 60세 미만이었다"며 "아직 뇌에 신경염증이 많이 생기지 않은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퇴행성 뇌 질환은 젊을 때 걸리면 고통스럽게 질환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며 "초기 진단 시점에 치료가 가능하다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별도의 연구기관에서 다른 GLP-1 치료제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확인된 만큼 그 가능성이 크다며 "조만간 중추신경계질환(CNS)에 투자하는 다국적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임상 3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