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는 치매의 원인이자 결과다. 퇴행성 뇌 질환이 생기면 수면장애가 나타나고, 거꾸로 수면장애가 다양한 작용으로 치매를 발생시키거나 악화할 수 있다. "
김항래 로완 의학총괄책임자(CMO)는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중 65%가 수면장애가 있다"며 치매와 수면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MCI는 치매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나이대보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일종의 '치매 전 단계'를 뜻한다.
2015년 설립된 로완은 치매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목표로 하는 '슈퍼브레인'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 기술로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비전을 가진 회사다. 로완이 잠에 집중하는 건 수면이 결국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김 CMO는 "뇌 속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일종의 '물청소'가 되는데 수면장애가 오면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잘 자지 못하면 나쁜 단백질이 쌓여 치매 등 병이 생기거나 악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로완이 반지형 웨어러블 기기 '오우라링'을 통해 수면 등 생활 습관과 치매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던 이유기도 하다. 반지형 웨어러블은 최근 삼성전자에서도 '갤럭시링'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건강측정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김 CMO는 "수면의 질을 정확히 평가하고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표준은 수면다원검사"라면서도 "검사 도구가 수면을 방해할 수 있고,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이다 보니 평소의 문제점이 반영 안 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핏빗 등의 액티그라피, 갤럭시워치·애플워치 등의 스마트워치가 개발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팔목에 차야 하는 등의 불편함은 남아 있다. 그는 "반지형 웨어러블은 수면다원검사에서 측정된 지표들과 직접 비교·분석했을 때 유사한 측정 결과를 보였다"며 "간단하면서도 믿을만한 검사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김 CMO는 "치매 환자에게 수면의 질을 평가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삶의 질을 올리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그간 놓쳤던 수면장애 환자들을 진단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퇴행성 뇌 질환을 늦추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