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1600억원대 과징금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최대 규모의 과징금에서 ‘끼워팔기’ 의혹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쿠팡의 자사 브랜드(PB) 자회사 CPLB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냈다.
공정위는 지난달 7일 이들 기업을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의결서를 발송했다. 또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국내 유통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공정위가 지난 6월 발표한 과징금보다 2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공정위가 추가로 부과한 과징금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법 위반 기간에서 발생한 관련 매출액에 대한 과징금을 따로 산출해 더해졌다.
의결서에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임직원 리뷰를 통해 PB 상품이 우수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사용자의 검색 과정에서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PB 상품과 직매입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PB 상품에 긍정적 구매 후기를 남기기 위해 임직원을 동원했다는 점이 소비자 판단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쿠팡 측은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게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반발했다.
일반적으로 공정위를 상대로 승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공정위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확정판결 결과 분석’에 따르면 공정위는 승소율 90.7%를 기록했다. 법원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 법원 판단이 최종 확정된 공정위 관련 사건은 총 43건이며 이 중 39건(일부 승소 포함)에서 승소했다. 36건에서 전부 승소, 3건에서 일부 승소했다.
쿠팡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쿠팡은 2021년 8월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33억원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지난 2월 법원은 쿠팡이 일부 독과점 제조업체들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쿠팡과 공정위 간의 강대 강 대치 상황은 끼워팔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유료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면서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 끼워팔기라는 혐의로 10일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쿠팡의 끼워팔기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징금 부과액과 관련해 최근 서울고법의 판단 기준이 쿠팡 측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과징금 액수가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밝혀낸 증거로 인해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 유인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피해가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최근 법원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유통시장 내 변화를 종합해서 판단하는 경향성이 있어 쿠팡 측에 유리한 과징금 산정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