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열의 알쓸호이] 어린이들의 ’위험한 놀이’가 위험하지 않은 어른을 만든다?

[노경열의 알쓸호이] 어린이들의 ’위험한 놀이’가 위험하지 않은 어른을 만든다?

M 최고관리자 0 10


이번 칼럼은 최근 읽고 있는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라는 책의 내용과 필자의 생각을 적어본다.
독자분들도 한번 생각해보길. 이왕이면 ‘불안세대’ 일독도 추천한다.

책은 현재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다루고 있다.
그 중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대목은 ‘어린이들에게는 위험한 놀이가 필요하다’는 부분이었다.

인간에게는 기회를 찾고,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고 싶어하는 ‘발견모드’와 위험을 찾고, 결핍에 민감하고, 팀에 의지하고, 안전을 챙기는 ‘방어모드’가 있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발견모드를 유지하려면 위험한 놀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네를 타면서 높이 올라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뛰어내릴 필요도 있으며 새로운 것과 모험을 찾아 숲 같은 장소를 탐험할 필요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눈앞에 닥친 위험을 판단하고, 위험이 닥쳤을 때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능력을 포함한 다양한 능력이 발달하며, 일이 잘못되었을 때 설령 좀 다친다 하더라도 대게는 어른을 부르지 않고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체화된 방식으로 우정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친구들은 함께 어떤 일들을 하며, 아이 시절에는 서로 만지고 껴안고 레슬링을 한다.
적절한 얼굴 표정과 함께 사과를 하는 행동처럼 체화된 신호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관계 회복 기술을 발달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필자와 비슷한 40-50대들까지만 해도 어린 시절 정글짐이라는, 지금이라면 찾아볼 수 없는, 높고 복잡하고 움직이기 어려운, 한마디로 다치기 딱 좋은 기구들이 잔뜩 있는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았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어디까지 뛸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했고 거기서 한계치를 설정하거나 그걸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골목에서 야구나 축구를 하기 위해 팀을 나눌 때 어떻게 나눠야 전력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지 스스로 고민했고, 또 의견조율을 통해 팀을 잘 나눠 즐겁게 놀았다.

중간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주먹도 오갔지만, 그건 그 자리에서였을 뿐, 그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함께 놀았다.

책은 ‘아이들에게서 안전을 이유로 이러한 위험한 놀이를 뺏는 과잉보호가 아이들을 오히려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이나 소셜미디어에는 앞서 언급한 위험한 놀이를 통한 직접적인 성장 요소들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결핍된 성인으로 자라났다고 경고한다.

사실 필자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로서,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뉴스에서 “범인은 평소 게임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언급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 영향으로 필자가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적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 현재 처한 상황, 질병의 유무 등일텐데, 그 중 한 타겟만 잡으려니 맨날 게임만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한 시대의 오락 문화는 언제나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지탄의 대상이었다.
책이 그랬고, 음악이 그랬으며, TV, 영화, 오락실, 당구장 등이 그랬다.

이런 반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익숙한 어린 세대에 대한 필자의 걱정은 내 부모님이 어릴 적 나에게 했던 걱정 이상으로 심각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딥페이크로 동급생의 모습을 가상으로 합성해 집단따돌림의 방편으로 쓰는 중학생들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14세의 학생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사상자를 내는 사건이 있었다.
“10대가?”라는 어이없는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는, 4, 50대의 아저씨가 상상하기에는 너무나 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거나 자신의 이득만 취하고 접속을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직접 만난 상황이라면 눈 앞에서 그런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40~50대 아저씨들은 “예전 오락실에서는 비겁한 방법을 쓰거나 험한 욕을 하면 바로 상대방의 주먹이 날아오기 때문에 오히려 깔끔하고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했다”며 추억소환을 한다.

직접 만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어서 함부로 험한 욕설을 하고, 근거없이 상대를 비방하며, 자기 이득만 취하고 나몰라라 도망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라면, 조너선 하이트의 원인 분석은 아주 타당한 셈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어린 세대들이 계속 이렇게 성장한다면 호신술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태권도 도관이 최근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라고 한다.
자신들의 자녀가 땀을 흘리며 미션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우정은 물론 어른들에 대한 공경과 예절까지 배워오기 때문이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이자 긍정심리학 분야의 선구적 학자로 평가받는다.
2018년부터 소셜 미디어가 십대의 정신 건강 쇠퇴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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