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줄을 지었던 백화점이 변모 중이다. 에·루·샤가 빠지고 ‘스몰 럭셔리’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경기 불황·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패턴이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자 백화점 업계는 스몰 럭셔리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범위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는 국내 인기 맛집 팝업스토어 정도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해외 유명 디저트, 위스키·와인 등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이중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디저트와 주류로 나뉘어 다른 스몰 럭셔리 상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5대 백화점 매출 1위를 차지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2위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각각 힘을 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롯데백화점 “해외 유명 ‘고급 커피’, 잠실에서 드세요”
롯데백화점은 바샤커피를 기점으로, 해외 유명 맛집을 들여오면서 집객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바샤커피를 입점시키면서 “백화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기프팅 콘텐츠라는 점에서 바샤커피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부터 바샤커피 국내 프랜차이즈 유통권을 단독으로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도 직접 싱가포르에 오가며 공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8개월간의 노력 끝에 싱가포르 ‘V3 고메’ 그룹과의 계약을 성사해 들여온 것이다.
어렵게 들여온 만큼, 국내 매장에도 힘을 줬다. 롯데백화점은 명품 거리라 불리는 압구정로에 2개 층에 걸쳐 약 380㎡(115평) 규모로 ‘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바샤커피가 시작된 모로코 마라케시의 ‘커피룸’ 인테리어를 그대로 오마주했다. 외관부터 내부까지 인테리어에 바샤커피와 마라케시를 상징하는 주황색과 금색 등을 적극 활용했다. 해외 유명 커피인 만큼 가격도 일반 커피보다 비싸다. 평균 1만6000원으로, 제일 비싼 커피의 가격은 48만원이다.
롯데백화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도 들여왔다. 인텔리젠시아는 지난 6일 잠실 롯데월드몰 5층에 오픈했다. 1995년 시카고에서 시작한 인텔리젠시아는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로 꼽힌다.
윤향내 롯데백화점 베이커리&디저트팀장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외 유명 카페를 잠실에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식음료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월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사우디아라비아 고급 디저트 브랜드 ‘바틸’ 국내 1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 신세계백화점 “와인은 강남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서”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라’에 고급 샴페인 브랜드 ‘크루그’와 ‘돔페리뇽’ 단독 매장을 처음 열었다. 크루그와 돔페리뇽은 명품과 주류 브랜드를 여럿 소유하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고급 샴페인 브랜드다.
돔페리뇽과 크루그가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라에 세계 최초의 단독 매장의 문을 연 이유는 프리미엄 와인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한국 와인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또 고급 주류 판매율이 꾸준히 증가하자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통해 지속해 희귀한 고급 주류를 선보이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에서 프리미엄 와인으로 분류되는 30만원 이상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1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와인 매출은 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와인 테마 문화 행사인 ‘뱅 드 신세계’ 열어 프랑스·미국·호주·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의 ‘피노 누아’ 품종을 선보이고, 고급 와인을 할인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상무는 “앞으로도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라를 통해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희소성이 높은 와인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소비 트렌드를 읽은 백화점 업계가 오프라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쇼핑 환경을 강화해 고객 발길을 이끌고 있다. 특히 국내서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고급 식음료로 경쟁 중인데, 이는 식음료의 경우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고, 명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 소비 침체에도 인기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명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을 덜 들여 작은 사치를 즐기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백화점 업계는 이 같은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고,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오프라인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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