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1도 오르면 우울감 13% 상승

기온 1도 오르면 우울감 13%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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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온열질환 환자 급증
10일까지 3505명 발생…사망 32명


기온 1도가 오르면 우울증 위험은 13%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추석 명절 이후에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 내내 한반도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에 온열질환 환자도 크게 늘었다.
기상청이 18일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서남권에 폭염 경보를 발효했다.
사진은 16일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시민이 뜨거운 햇살에 양산을 쓰고 걷는 모습. 뉴시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9월 10일까지 폭염으로 총 350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2명은 사망했다.
‘최악의 무더위’로 기록된 2018년의 452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온열질환만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높은 기온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공격성이 증가하거나 정신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공동 연구팀은 거주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균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응답률이 13%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1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21만 9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 기온 상승이 주민들의 우울증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폭염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6대 도시에서 폭염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폭염 기간에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14.6%가 고온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이 비율이 19.1%로, 젊은 층에 비해 더 고온에 취약했다.
폭염으로 인한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증이 31.6%로 가장 높았고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 등이 뒤를 이었다.

고온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체온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배상혁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평소 적응된 기온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불편감, 수면장애, 일상생활 저하 등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칠 영향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도 나선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 분석 및 평가 도구 개발’ 연구를 내년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연구는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복잡한 경로를 파악해 관련 지표와 정책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정희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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