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액이나 찌꺼기를 활용해 모기를 없애려는 ‘민간요법’이 퍼지고 있다. 커피가 모기 퇴치제가 된다면 쓰임새가 늘어나 반가운 일이긴 한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건강을 되레 해치는 일은 아닐까.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화분이나 하수구 주변에 뿌려두었더니 모기가 줄었다는 경험담이 퍼지고 있다. 야영할 때 말린 커피 찌꺼기를 태워 모기향처럼 연기를 발생시켜 모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조언도 온라인 공간에서 적잖다. 마시는 커피나 찌꺼기를 물에 풀고 걸러낸 액체를 모기약 뿌리듯 하면 좋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커피 찌꺼기를 태우면 모기를 없앨 수 있을까. 적어도 연기로 인해 모기를 쫓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뉴스 웹사이트 ‘더 저널’(The Journal) | 사실 학계에서는 2010년대부터 커피추출물로 모기의 유충을 없애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커피와 그 폐기물이 암컷 모기를 쫓아내고 배아의 발달을 억제하는 것으로도 보고됐다. 뎅기열 매개체인 모기의 배란을 막고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결과들은 아직 실험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섣부르게 이를 일상에 적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커피 찌꺼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고, 화재 위험도 있다. 커피 액체를 뿌려둔 곳이 오염돼 박테리아나 곰팡이의 소굴이 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뉴스 ‘더 저널(The Journal)’이 ‘커피 찌꺼기를 태우면 모기가 없어질까?”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효용성을 검증했다. 여러 논문을 종합한 결과는 간략하고도 명확했다. 커피 잔여물을 태우면 일종의 ‘자연적인 모기향’이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커피 연기에 살충 효과를 내는 분자가 생성되거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과학적 증거가 없다. 많은 곤충이 연기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커피 찌꺼기에 불을 지른 후 모기가 줄었다면 단순히 연기가 모기를 쫓아내는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다양한 농도의 커피가 포함된 수용액이 모기 유충의 침전과 발달에 영향을 미쳐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는 강과 늪에서부터 애완동물의 물그릇과 물기가 있는 화분에 이르기까지 정체된 물에 알을 낳는다. 알을 낳을 장소가 여러 곳 제공될 경우, 모기는 맑은 물보다 어둡고 색깔이 있는 물에 산란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커피액만은 색이 검더라도 산란을 피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커피나무는 클로로겐산과 알칼로이드 등 많은 생리활성물질을 곤충이나 다른 포식자를 쫓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합성하는데, 이들 성분 중 어느 것이 모기 유충을 억제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볶지 않은 생두, 볶은 커피의 가루, 심지어 커피 찌꺼기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디카페인 커피조차도 일반 커피와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카페인 효과’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카페인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커피 찌꺼기에 들어 있는 정도의 카페인 농도로는 모기를 쫓는 데 역부족이다. 커피를 모기 퇴치제로 사용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듯싶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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