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최순호 단장은 대한민국 축구가 (손)준호를 도와줘야 한다고 얘기했고 이적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 ” 손준호 대리인 박대연 NEST 대표의 말이다.
수원FC는 13일 손준호와의 계약 해지했다. 수원FC 최순호 단장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야겠지만, 이미 논란이 된 상황에서 손준호가 팀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를 뛴다는 건 팬들에게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지금 상태에서는 계약 해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예정된 수순이다. 손준호는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중국축구협회는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부당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부정거래, 승부조작, 불법 수익에 가담해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스포츠정신을 상실했다”라면서 “손준호는 평생 축구와 관련해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손준호는 1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대응했다. 중국 공안으로부터 강압 수사를 받았고, “절대 승부조작은 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승부조작으로 체포된 산둥 타이산 시절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20만위안(약 3700만원)의 출처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점이다. 공교롭게도 손준호는 공안에서 승부조작 대상으로 지목한 경기 후 5~6일 후에 진징다오에게 20만위안을 수령했다. 손준호는 “서로 선물도 하고 돈독해졌다. 그렇게 지내니 서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친구 사이라 돈거래가 생겼다. 조사받을 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진술했다”라고 말했지만, 명확하게 돈의 출처를 해명하지는 못했다.
12일에는 중국 외교부에서 “올해 3월 중국 사법기관은 한국 시민 손준호의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 사건에 대해 공개 판결을 했다”라며 “손준호는 죄를 인정해 처벌을 받아들였고, 법정에서 참회하면서 상소하지 않겠다고 했다”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법치 국가로, 사법기관은 엄격히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당사자의 합법적 권익을 충분히 보장한다”라는 설명도 따랐다.
손준호 대리인은 “중국이면 그럴 수 있다”라며 반중 정서를 건드렸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축구계는 물론이고 대중도 간담회와 중국 외교부 발표 후 더 강하게 손준호를 의심하게 됐다.
중국축구협회는 징계 사실을 FIFA에도 보고했다. FIFA가 이를 인용하면 손준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뛸 수 없게 된다. 축구계에서는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렇게 수원FC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흘러갔고, 결국 계약 해지에 도달했다.
손준호를 영입한 수원FC 최순호 단장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다. 최 단장은 지난 6월 영입 당시 “준호가 결백을 자신한다. 본인이 자신하니까, 믿어야지. 자신 있으니 이렇게 온 것이고, 본인이 확신을 갖고 문제없다고 이야기하는 문제를 우리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질문할 순 없는 것 아니냐. 우리 사람을 믿어야지 어떡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근거, 증거 없는 맹목적 믿음이었다.
숙고할 힌트가 있었지만 최 단장은 신중하지 못했다. 전북 현대는 손준호 리스크를 어느 정도 인지한 만큼 계약 내용에 안전장치를 두려 했다. 손준호는 검토 후 이를 거절했다. 전북이 이미 손준호를 포기했음에도 최 단장은 계약을 강행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의 단장이라면 선수 영입에 더 신중해야 하지만, 손준호 에이전트가 “빠르게 진행됐다”라고 말할 정도로 성급하게 손준호를 품었다.
축구계에서는 결국 터질 일이 터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K리그1의 한 기업구단 관계자는 “전북이 괜히 포기했겠나. 이를 보고도 너무 안일하게 계약한 것 같다. 모두가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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