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인프라를 보면 수준이 보인다.
9월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나온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잔디 상태다.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잔디로 인해 선수들이 공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이 불규칙하게 튀는 바람에 섬세한 플레이를 구사하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일부 선수는 패스하다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경기 후 선수들도 일제히 잔디에 관해 얘기했다.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홈에서 할 때 (잔디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FC서울 소속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는 기성용도 잔디 상태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만 원정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상태가 좋아서 조금 더 자신 있는 플레이를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강인, 황희찬, 손흥민 등은 정확한 볼 컨트롤을 통해 강력한 슛을 연이어 시도했다. 패스가 깔려 가는 속도나 바운드 등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홈 경기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잔디 상태가 좋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A매치 경기장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 열린 3경기 모두 서울에서 치렀다. 지난해에는 대전, 울산, 부산, 수원 등에서도 치렀지만 2024년에는 서울에서만 소화했다. 사실상 홈 구장이지만 잔디 상태로 인해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3년 전인 2021년부터 약 1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잔디를 심었다. 하지만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개최 후 잔디가 망가졌다. 지금은 인력 관리 부족, 기상 상태 등으로 인해 훼손된 잔디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국내 축구장 잔디 상태에 관한 우려, 비판은 꾸준히 있었다. 비단 서울월드컵경기장뿐 아니라 K리그 경기가 열리는 대다수의 월드컵경기장, 종합운동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구단이나 한국프로축구연맹, 협회 차원에서 살피는 게 아니라 대부분 지역 시설공단에서 잔디를 관리한다.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이 많지 않고 예산도 부족해 꼼꼼하게 관리하기 어렵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A매치를 할 때마다 서울시설공단은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입장 수입의 일부를 가져가고, 광고 노출에 따른 수익도 발생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서울시설공단에서 챙기는 수익이 적지 않다. 그 정도 돈을 가져가면 잔디 관리에도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맞다. 인력이나 날씨 탓을 할 게 아니라고 본다. 결국 성의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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