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후 함부로 버린 쓰레기에 몸살
| 연일 관중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프로야구가 900만 관중 달성을 앞둔 가운데 지난 2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프로야구 출범 42년 만에 1000만명 관중을 넘는 등 국내 야구 문화는 크게 발전했지만 시민의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구가 끝난 경기장은 마치 중국의 길거리를 보는 듯 온갖 쓰레기로 넘쳐 악취를 풍기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도 뒷받침돼야 할 거로 보인다. 앞선 5일 녹색연합이 발표한 ‘전국 야구장의 쓰레기 배출 현장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다회용기 사용 구장은 2023년 2곳에서 올해 3곳으로 늘었지만 일부 매장에 국한되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야구장에서 1년간 발생하는 폐기물은 무려 3400톤에 달한다. 잠실야구장만 놓고 보더라도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만 80톤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38개 식음료 매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다회용기들마저 분리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전국 모든 야구장에서 나타난다. 전국 야구장 모두 쓰레기 분리 배출함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한꺼번에 버려진 쓰레기들로 청소 노동자의 부담은 커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는 야구팬들도 잘 알고 있다. 현황 조사 결과 야구 관람객의 83%는 “야구장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즉 문제를 알지만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귀찮다”, “나 하나쯤” 하는 생각이 야구장을 찾는 이들은 물론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원까지 불편을 가중하는 것이다. 다만 환경부의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품목별로 분리 배출함을 비치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프로야구장 9곳 중 9곳 모두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일부 구장은 재질별로 배출함을 구비하지 않아 분리배출 자체가 불가능했고, 경기 종료 후 퇴장할 때 많은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쓰레기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녹색연합은 야구 관람객들은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하기 위해 분리배출 품목 표시의 시인성 강화(34%), 쓰레기통 위치 변경(33%) 등을 대책으로 꼽았다. 녹색연합은 “한 경기에도 수만 명이 찾는 야구장은 대부분 일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판매한다. 더위를 식힐 음료의 소비량도 많다. 때문에 경기 후 일회용품이 가득 쌓인 쓰레기통을 쉽게 볼 수 있어 관람객 또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프로야구단은 분리배출 문제에 대해 청소 노동자가 다시 분리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버려도 된다거나 관람객들이 느끼는 번거로움, 야구장 내 좁은 통로 등의 문제를 이유로 이러한 문제해결을 회피해 왔다”며 “야구 관람객들이 분리배출의 어려움을 느끼고, 개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프로야구단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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