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마냥 낯선 장면은 아니다. 가을 야구 단골손님이 된 2019년부터 꾸준히 새 얼굴이 나왔다. 팀은 승리하고, 젊은 선수는 성장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우승 한을 푼 지난해에도 그랬다.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정상에 오른 LG다.
올시즌을 준비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비중을 줄였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만큼 ‘전력 유지’에 중점을 뒀다. 투수진에서 진우영 박명근 이종준, 야수진에서 손용준 김현종 김범석 김성우 등 신예 선수들이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박명근과 김범석 외에는 1군 엔트리 진입을 장담할 수 없었다.
박명근은 지난해 이미 필승조로 활약했다. 김범석은 타격 재능을 살려 포수와 1루수, 지명타자로 두루 기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캠프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무산됐다. 김범석은 부상으로 캠프 중 하차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다르지 않다. 시즌 초반 기대했던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한 김범석이지만 신예 선수 다수가 그렇듯 약점이 노출되고 체력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박명근도 부상으로 두 달 이상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지난해만큼의 지속성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새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서 팀도 활력을 잃었다. 상무에서 전역한 구본혁, 마무리로 연착륙한 유영찬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으나 정상을 지키기에는 부족했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며 김현수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에게 커리어 하이 시즌을 주문했던 사령탑의 바람도 이뤄지지 않았다. 연속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는 올시즌이다.
그래도 시즌 막바지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진다. 불펜진에서는 이종준, 야수진에서는 이영빈이 굵직한 활약을 펼친다.
이종준은 8월10일 잠실 NC전부터 지난 6일 잠실 한화전까지 10연속경기 비자책을 달성했다.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미래 전력이었다. 필승조보다는 여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계획이었는데 가파른 성장세로 초고속 승진을 이뤘다. 최고 구속 시속 150㎞ 강속구에 RPM(분당회전수)도 2500 이상이 찍힌다. 지난 주말 3연전부터 필승조로 불펜에서 대기한 이종준이다.
이영빈은 지난 8일 잠실 경기 주인공이 됐다. 홈런 2개 포함 4안타 5타점으로 관중석을 가득 채운 2만3750명에게 잠재력을 각인시켰다. 지난 7월 상무에서 전역한 이영빈 또한 올시즌보다는 2025시즌에 초점을 맞췄는데 반전을 일으켰다. 내야와 외야를 두루 맡을 수 있기에 활용 폭도 넓다. 경기 전후로 모창민 타격 코치와 함께 흘린 땀방울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빛났다.
즉 이종준과 이영빈을 통한 리툴링 가능성도 보인다. 어차피 불펜은 다다익선이다. 함덕주가 돌아오면서 유영찬 김진성을 향한 의존도가 낮아졌으나 세 명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흐름이라면 이종준을 7회 혹은 8회에 기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염경엽 감독 또한 “현재 우리 팀 핵심 불펜 4명은 유영찬 김진성 함덕주 이종준”이라며 “여기에 한 명을 더하는 게 목표다. 백승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빈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부 경쟁이다. 문성주가 돌아오지만 신민재가 이탈한 상황이라 내야에도 자리가 있다. 박해민 대신 외야진 한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고, 구본혁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2루수로 출장할 수도 있다. 염 감독은 이영빈이 경기를 지배한 8일 잠실 한화전에 앞서 이영빈의 비중을 꾸준히 크게 둘 것을 예고했다.
처음부터 자리가 보장된 선수는 없다. 현재 팀의 중심인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도 그랬다. 주전 선수의 부진 혹은 부상으로 기회를 얻었고 결과적으로 내부 경쟁에서 승리했다. 이영빈도 시작점에 섰다. 꾸준히 활약하면 박해민 다음 중견수, 혹은 먼 미래에 오지환 다음 유격수가 될 수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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